의학에서 정확한 진단은 곧 생명을 살리는 열쇠다. 내부 장기의 구조와 병변을 비침습적으로 시각화하는 기술은 오랜 시간 의학의 숙제였으며, 이를 해결한 획기적인 장비가 바로 컴퓨터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이다. CT는 X선을 활용해 인체의 가로 단면을 수집하고, 컴퓨터를 통해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질환의 진단 및 치료 계획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촬영 장비를 넘어, 영상 분석을 통한 질환 예측과 정밀 치료에 이르는 정교한 진단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1. CT의 탄생과 기술 발전의 역사
CT는 1970년대 초, 영국의 고드프리 하운스필드(Godfrey Hounsfield)와 남아프리카 출신 물리학자 앨런 코맥(Allan Cormack)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하운스필드는 EMI사에서 첫 CT 장비를 제작하였고, 코맥은 X선 영상의 수학적 재구성 원리를 개발해 이를 실현 가능하게 했다. 두 사람은 197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며, CT는 영상의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 초기에는 한 부위의 단면만 촬영하는 데 수 시간이 걸렸지만, 이후 나선형(spiral) CT, 멀티슬라이스 CT, 듀얼에너지 CT 등이 개발되며 속도와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현대에는 PET-CT, CT 혈류영상(perfusion CT)과 같은 융합형 장비까지 등장해 해부학적, 기능적 진단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2. 촬영 과정과 조영제의 활용
CT 촬영은 일반적으로 10~20분 내외로 진행되며, 환자는 검사 테이블에 누워 필요한 부위를 중심으로 X선 튜브가 회전하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특히 혈관, 장기, 종양 등의 선명한 관찰이 필요한 경우, 요오드 기반의 조영제를 정맥으로 주입해 영상의 대비를 높인다. 조영제 사용 시에는 금속 맛, 열감, 차가운 느낌 등 일시적 반응이 있을 수 있으며, 극히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이나 신장 기능 저하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과거 병력에 따라 사전 평가가 중요하다. 조영제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당뇨약(예: 메트포르민)은 검사 전후 복용을 조절해야 하며, 금속 장신구나 의복은 촬영 품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3. 장점과 단점: 정밀성과 방사선 노출 사이
CT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고 정확한 영상 획득이다. 응급실에서는 뇌출혈, 골절, 내부 출혈 등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으며, 장기나 종양, 혈관 구조의 평가에도 탁월하다. 해상도가 높아 작은 병변도 포착할 수 있고, 3차원 재구성이 가능해 수술 전 계획 수립에도 유용하다. 그러나 방사선을 사용하는 특성상 반복 촬영은 피폭 위험이 존재하며, 소아나 임산부에게는 사용이 제한된다. 또한 조영제 부작용 가능성과 연조직 표현력의 제한으로 인해, 일부 상황에서는 MRI가 더 적합한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저선량 CT, AI 기반 노이즈 제거 기술이 개발되면서 방사선 피폭 최소화에 대한 대응이 진행 중이다.
4. 활용 분야와 MRI와의 차이점
CT는 현재 종양 진단, 폐렴 및 코로나19 폐손상 평가, 뇌경색 및 출혈 감별, 복부 장기 질환, 척추 구조 평가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기계 부품의 결함 탐지, 공항 보안 검색, 문화재 분석까지 그 응용이 확장되고 있다. 한편 MRI와는 기술적 차이가 뚜렷하다. CT는 X선을 이용하고, 검사 시간이 짧아 응급 상황에 적합하며, 골조직과 출혈 평가에 우수하다. 반면 MRI는 자기장을 사용해 연부 조직, 신경계, 관절 등의 표현력이 뛰어나며, 방사선이 없어 반복 촬영에 적합하다. 선택은 진단 목적, 환자 상태, 검사 부위에 따라 결정되며, 두 기술은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