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안압검사기의 발명, 녹내장 진단의 전환점을 만들다

툰툰트니 2025. 5. 31. 20:05

안압검사기의 발명, 녹내장 진단의 전환점을 만들다

 

안압 측정은 단순히 눈의 압력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시력 보존과 실명 예방의 핵심 과정으로 자리 잡은 의료 행위다. 특히 녹내장은 조기 자각이 어려운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며, 안압 상승은 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안압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기의 개발은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서, 실명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안압검사기의 발명과 발전 과정은 단지 기계공학적 진보가 아니라, 의학적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안압을 측정하는 기술이 17세기 손의 감각에서 시작해 21세기 스마트 콘택트렌즈로까지 진화해온 여정은, 현대의료기기가 환자 중심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초기 안압 측정법: 의사의 감각에서 출발한 진단 도구

안압 측정 기술의 시초는 놀랍게도 손끝의 감각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17세기 Richard Bannister는 백내장 수술 후 시력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에서 안구의 단단함을 인지했고, 이는 높은 안압이 문제라는 간접적 단서를 제공했다. 이후 19세기 William Bowman은 눈꺼풀을 닫은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안구를 눌러 눈의 경도나 긴장을 파악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시기에는 안압이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이를 수치로 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진단은 철저히 경험과 촉각에 의존했으며, 주관적인 요소가 강해 진단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당시에는 인구 중 2%가량만이 기준 안압인 21mmHg 이상을 가진다고 여겨졌으며, 그마저도 정확한 수치라기보다는 통계적 추정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한 방법에서도 의사들은 높은 안압이 시신경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임상적 직관을 이미 가지고 있었고, 이는 훗날 정밀한 안압계 개발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었다.

기계적 안압계의 등장과 진단 정확도의 비약적 향상

현대적 의미의 안압계는 1862년 von Graefe에 의해 기본 형태가 제안되며 태동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전환점은 1905년 Schiötz가 개발한 압입식 안압계였다. 이 장치는 금속 추를 각막에 올려놓아 눈이 눌리는 깊이를 기준으로 안압을 간접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이 방식은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제작 가능하여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되었다. 이어 1950년대 Goldmann에 의해 개발된 압평식 안압계는 각막의 일정 면적을 평평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힘을 측정함으로써 안압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그 정확성과 재현성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안압 측정의 ‘골드 스탠다드’로 여겨지고 있다. 이후 Perkins의 휴대용 압평 안압계, 비접촉식(Air Puff) 안압계, 리바운드 방식(Icare) 안압계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며 환자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맞춤형 측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각각의 기기는 측정 방식과 정확성, 편의성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이 모든 발전은 공통적으로 ‘정확하고 신속한 안압 측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안압계 기술의 다변화와 생체 역학 측정의 도입

의료 기술의 진보는 안압 측정에도 정교함을 더하고 있다. Goldmann 압평 방식의 단점인 각막 두께에 따른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Pascal Dynamic Contour Tonometer(DCT)와 같은 새로운 방식이 개발되었다. 이 기기는 압전 센서를 활용하여 안압의 동적 변화를 측정하고, 각막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또한 Ocular Response Analyzer(ORA)나 Corvis ST처럼 각막의 생체역학적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기기도 등장하면서, 안압을 단순 수치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막의 상태와 연계해 해석하는 다차원 진단이 가능해졌다. 환자의 개별 차이를 반영한 진단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안과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특정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진 가능성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각막이 얇은 환자, 혹은 각막 수술 이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수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의 실용성 역시 크게 향상되어,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스마트 콘택트렌즈: 안압 측정의 미래를 열다

최근에는 센서 기술과 무선통신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콘택트렌즈 형태의 안압계가 개발되며, 진단과 모니터링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 렌즈는 눈에 착용하는 것만으로 실시간으로 안압을 측정하고, 필요 시 자동으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전송하거나 환자에게 경고를 보낼 수 있다. 일부 모델은 약물 전달 기능까지 내장하여, 안압 상승이 감지되면 약물을 자동으로 투여하는 능동적 치료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은 특히 녹내장과 같은 만성 질환에서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 무리 없이 안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미세 전자기계 시스템(MEMS), 무선 센서, 저전력 소자 등의 융합 결과이며, 이는 안과 진단이 더 이상 병원이라는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환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단지 미래형 기기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예방의학의 실현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